대부분의 새들은 일부러 비를 맞기도 한다
물속에서 몸을 씻기도 한다
직박구리 두마리가 소나기속에서
신나게 곡선을 그리며 나는 모습을 봤는데
그 광경이 너무도 자유롭고 신나보여서
한동안 넋을 놓고 쳐다본 기억이 있다
비둘기들이 도시에 많은 이유는 추위에 약한 조류라
따뜻한 곳이 곳곳에 많은 도시가 생존에 유리해서라고 한다
또한 싸울줄 모르는 비둘기는 천적을 피하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오는데 바로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참새처럼 귀여운 외모가 아니고 몰려다니는 습성때문에(사실 이것도 위험을 미리 감지하기 위한 생존전략인 것이다)
인간세상의 천연덕꾸러기신세지만,
나는 그들도 우리의 이웃이라고 보고 있다
비둘기들이 웅크려앉아 비를 맞는 모습을 본적이 몇번 있는데
그럴 때마다 다리가 부러진줄 알고 식겁한다
다행히 대부분 말짱했다
다만 병들어 보이긴 했던 한 친구는
만화에서처럼 여유롭게 즐긴 건 아닌듯 했다
걔는 샤워를 하는게 아니었는데
왜 그러고 있는진 알수 없었다
내가 그래도 동물보는 짬밥이 생겨
아픈 동물은 기똥차게 알아본다
한편 저렇게 웅크린 비둘기 하나가 뒷목뒤에
파리가 꼬이고 있었는데
맹금류인지 고양인지에 공격당해서
길목에 아스팔트위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가까이 가도 움직이지 못했다
몸체도 덩어리채 없어진거처럼 몸이 이상해보였다
그대로 있다간 동네 고양이 놀잇감이 될거같아
마침 옆에서 담배피고 계시던 관리사무소직원분께 부탁을 드리는데
그럼 땅에 묻으면 되겠냐더라
식겁하곤, 어디 조금만 높은 곳에 애를 놔줄수 없을까요
곧 죽을텐데요
이렇게 땅에 있으면 고양이가 괴롭힐텐데
동네 사람아이들이 보겠어요, 라고 부탁하니
근처 숲에 놓겠다고 하셨다
내가 그때는 조류를 도구로도 못만지던 시기였는데
아마 지금의 나라면 박스 등에 살살 놓고 내가 옮겨줄 수 있었을듯 하다
저 만화는 비맞고있던 양호한 건강상태의 비둘기를 기억하고 그린 그림이지만
나는 그 때 그 불쌍한 약육강식의 희생자 비둘기를 기리고 싶다
지금도 길고양이들 만큼이나 로드킬 당하고 죽는 그 생명들이 안타깝다
그날은 유독 날씨가 어찌나 맑고 공기가 어찌나 깨끗했는지
내가 맘이 아팠던 이유는 내가 사는 곳 바로 앞에서,
파리들의 소음 속에 임종만 기다리는 그 모습이
대부분의 동물들의 말로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우리 눈에 띄지 않을뿐이지
밝고 재미있고 역동적인 이야기만 그리고 싶은데
알고보면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잔인함이 가득한데
모순인것같다
오늘도 이 살아 숨쉬는 순간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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